브레히트-살아남은 자의 슬픔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

새삼 다시 이 시인을 생각하게 될지 몰랐다. 어린날 좋아했던 작가로만 기억될 줄 알았다. 하지만 요즘, 용산과 경기도 살인사건을 목격하면서 야만을 싫어했던 시인의 감수성이 갑자기 생각났다. 상식이 무너지는 세상. 무서움은 그래서 커지나보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나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Schlechte Zeit fur Lyrik
                                       
나도 안다. 행복한 자만이
사랑받고 있음을 그의 음성은
듣기 좋고, 그의 얼굴은 잘 생겼다.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가
토질 나쁜 땅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으레 나무를
못생겼다 욕한다.

해협의 산뜻한 보우트와 즐거운 돛단배들이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내게는 무엇보다도
어부들의 찢어진 어망이 눈에 띌 뿐이다.
왜 나는 자꾸
40대의 소작인 처가 허리를 꾸부리고 걸어가는 것만 이야기하는가?
처녀들의 젖가슴은
예나 이제나 따스한데.

나의 시에 운을 맞춘다면 그것은
내게 거의 오만처럼 생각된다.
꽃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과
엉터리 화가에 대한 경악이
나의 가슴 속에서 다투고 있다.
그러나 바로 두 번째 것이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다.

(엉터리화가:히틀러)

Posted by franz

2009년 02월 02일 16시 53분 2009년 02월 02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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