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현상......(D-WAR 혹은 애국심)

1999년 김대중 정부는 '신지식인'이라는 칭호를 국가의 이름으로 제정하고 그 첫번째 인물로 '용가리' 감독인 '심형래'를 선정했다. 그리고, 이후 심형래는 '제 2의 건국' 캠페인 광고에 박세리에 이어 '신지식인'이라는 이름으로 출연했다.

당시 기사  http://www.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1999040170457
당시 광고  http://ehistory.korea.kr/pop/movie_pop3.jsp?clip_videodtl=56&videoSrcGBN=AL

심형래에게 헌사된 '신지식인'이라는 이름은 애초 '제2의 건국위원회'에서 수여했으나 이후 '행정자치부' 주관으로 바뀌었다. 행자부에서 만든 '신지식인데이터베이스'라는 사이트(http://sinjisik.net)에 그 의미가 나와있는데 그 정의는 다음과 같다.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끊임없이 다양한 지식을 습득, 이를 창의적 발상으로 적용하고 일하는 방식 등을 혁신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이 과정을 정보화하여 사회적으로 공유한는 사람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머릿속에 담겨 있는 지식(혹은 아이디어)을 현실화시켜 부가가치를 창출(돈을 벌 수 있도록)하는 사람이란 의미이다. 몇줄 되지 않지만, 정의의 처음부터 끝가지 관통되는 관념은 그것이 현실의 금전적 이득과 얼마나 연관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는 당시 IMF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벤처열풍이 휘몰아치던 현실과 대통령, 정부 각료, 언론 등에서 떠들어 대던 구절, "'쥬라기 공원'이라는 영화가 벌어들인 돈은 현대차를 몇 만대 수출한 것과 맞먹는다" 등등의 말들과도 연결된다. 그리고, 이 말은 당시 큰 인기를 얻었던 '피터 드러커'주의자들을 통해서 한창 '지식경영', '지식기반사회'가 새로운 산업발전의 화두가 되던 경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IMF 외환위기를 통해 개발독재의 유산인 집약된 '단순노동산업'이 사망선고를 받고 조그만 아이디어나 잘만든 사업계획서로 무한의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사회분위기도 일조했다. 거기에다 한국 특유의 '애국심' 중독증까지 가세했다.

당시 심형래가 관심을 끈 것은 한 사건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든 '용가리' 예고편을 가지고 칸 영화제에 가서 필름마켓에서 272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었다. 이 사실이 국내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김대중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고, 정부에서 부화뇌동하면서 단번에 스타가 되었다. 거기에다 애국심에 호소한 심형래의 언술과 그의 '고난'의 영화인생이 부각되면서 새로운 성공모델이 되었다. '영구'로 대표되던 코미디언, 그것도 몸개그를 하면서 '영구와 땡칠이'나 '티라노의 발톱'과 같은 어린이용 영화를 후배들의 무상출연과도 같은 출연료 지급으로 겨우 만들던 충무로의 이방인이 세계 영화계의 주류무대인 '칸'의 한 부분인 '필름마켓'에서 인정받고 덤으로 돈까지 벌어들인다는 소식은 당시 박찬호의 20승이나 박세리의 벙커 투혼과도 같은 시원한 소식이었다. 그 인기는 '용가리'의 개봉을 전후로 해서 더욱 올라갔다. 작품성에 대한 비판은 충신에 대한 모함과 비견될 엄청난 악행과도 같이 취급되었었다.(때문에 심형래가 황우석의 열렬한 지지자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추상적인 언급을 살펴보자.

광고에 나온 심형래의 대사: 못해서 안하는 게 아니라, 안하니까 못 하는 것.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 했던 말: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인 아니라, 세계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이 두 문장은 심형래를 둘러싼 모든 논란을 말해주기에 충분하다. 영화제작에 대한 열정과 작품에 대한 자신감, 그 비판에 대해서도 자신은 당당하다는 자신감, 그리고 자신은 애국자이지만 또한 세계인이라는 존재인식, 그러면서 비판자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반대 논리, 여기에 찬성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 결정하라는 뚝심, 비판자와 지지자들 모두에게 말하면서 동시에 자기 확신을 강화하는 심리, 외부인의 반응, 그 추이들 등등......

현재 영화 'D-WAR'를 둘러싼 토론, 혹은 전투는 작품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외피에 몰두하는 듯 하다. 평론가들, 기자들, 블로거들, 인터넷에 답글을 다는 사람들이 '작품'에 비판하면 반응은 즉각 '애국심'에 대한 호소를 바탕에 깔면서 '영웅'에 대한 옹호로 마무리가 된다. 비판자들의 출발점은 '영화'라는 '작품'인데 반응은 '영웅수호'라는 신화적인 가치라는 것이다. 심형래는 영화 엔딩에 '아리랑'을 틀고,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 그 상황을 말하면서 울먹였는데, 이는 위에 언급했던 자신의 말에 이율배반적인 행동이지만 '애국자-지지자'들은 거기에 개의치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심형래 감독에게 '영구아트무비'를 'SF전문회사'로 만들도록 추천하고 싶다. 특수효과의 대가라고 해서 감독들 보다 하위 직군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경제적 부가가치는 더 많아지고, 무역수지 개선에도 일조를 해서 진정한 애국자-영화인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앞서가는 주장인가?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다른 유능하고 아이디어 풍부한 영화인들을 후원하면 '문화컨텐츠'를 통한 부의 재창조라는 심형래의 이념에 표면적으로 상반되는 생각인가?(이 생각도 심형래를 영원히 '영화인-애국자'로 묶어두는 족쇄가 될 듯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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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ranz

2007년 08월 09일 18시 20분 2007년 08월 09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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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opboy 2007년 08월 11일 23시 13분 # M/D Reply Permalink

    스토리 부재를 문제삼았는데 헐리웃 블락버스터도 그렇다라고 변명하는 순간,
    이미 심형래는 한국영화의 암적인 존재가 된거고, 인간쓰레기가 된거다.
    MBC가 이 인간에게 또다시 놀아나면, 기자들 모두 옷벗고 그만 둬라고 기자들에게 전해줘라.

    영화의 가나다의 가를 무시하기 시작하고, 거의 극우파의 한 축이 되버린 인터넷 미디어가
    이에 동조하기 시작하면, 한국영화의 미래 뿐 아니라 메인스트림 미디어도 없는 거다.
    메인스트림 미디어가 조폭수준의 인터넷 미디어를 바로잡기는 커녕,
    놀아나기 시작하면 TV 기자들의 미래가 과연 있을 것 같냐 ...

    한국인 전체를 티라노의 발톱 관객 수준으로 보고 돈 벌려고 한다고 왜 말 못하지?
    그렇게 자신없나?

  2. franz 2007년 08월 12일 10시 14분 # M/D Reply Permalink

    불행하게도 한국에서 제대로된 영화 담론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습니다. 평론가들은 대중과의 소통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부분적으로, 혹은 전적으로 메인스트림의 언론의 논조에 맞추느라 급급합니다. 그나마 제대로된 평론가 몇몇은 부실한 글쓰기로 고립을 자초했습니다. 별 몇개 혹은 20자 평으로 급조된 해석만이 난무하는 현실은 그래서 나오게 되었나 봅니다.
    그점은 신문이나 방송의 영화 기사를 봐도 대동소이합니다. 신문은 과도한 줄대기(신문에 대한, 그리고 돈되는 평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평론가에 대해서)로 영화평론은 순수함을 잃어버렸고, 방송은 전문가 혹은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 지식이 없는 하루살이 기자들이 영화를 담당하면서, 그리고 쌍팔년도의 빈약한 지식을 가지고서 책상에 앉아 시시콜콜 간섭해대는 데스크들로 영화평이 없는 기사들만 양산합니다. 그렇다고, 제대로된 영화 프로그램이 전무한 MBC라는 집단을 살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결국 언론사에 빌붙은 비전문가들은 장사를 위해 대중과 그들의 감정의 추이에만 신경쓰는 형국입니다.

  3. Bopboy 2007년 08월 12일 14시 43분 # M/D Reply Permalink

    사실 디워가 흥행한 이유는 티라노 발톱과 다르지 않을거야.
    어떤 통계보니까 디워 예매는 주로 30~40대가 했고, 논란이 되니까 20대가 좀 봤다 라더라.
    왕의남자나 괴물 관객층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지.
    방학이니까 애들이 엄마 아빠 손 잡고 극장갔는데, 애들이 볼만한 게 마따히 디워밖에는 없고...
    중장년 층과 아이들 중에 블로그를 쓰는 이들은 별로 없으니까,
    영화가 별로라는 이야기는 인터넷에 올라오지 않을 수 밖에 없고.
    사실 이거면 다 설명되는 거야.

    그런데, 우리나라 블로그와 포털계를 잡고 있는 IT 관련 종사자나 블로거들이
    CG를 찬양하면서 영화의 영화적 질적인 가치와는 무관하게 신봉하고 나선거지...
    그리고 끊임없니 논란을 양성하고, 전문가들을 집단구타하고...
    UCC 세계를 숭배하던 블로거들은 신났겠지. 재미있었겠지...끌끌끌...
    심형래는 이걸 철저히 이용한 사람이야. 황우석의 이류되는 아류정도라고나 할까...

  4. franz 2007년 08월 12일 15시 01분 # M/D Reply Permalink

    정보들을 추론해보면,
    댓글을 달 수 있거나, 그럴 의지가 있는 세대들의 행동과 기술예찬을 주로 하는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이 맞물렸다는 점인데......
    우선 수능과 사교육의 영향으로 독서를 하지 않고, 다이제스트식의 요약에만 익숙한 세대들은 심사숙고 없이 늘 하던대로 흐름에 편승하는 것을 우선했고, 그렇지 않고 자신의 안목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배제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2002년이후 더욱 내재화된 맹목적인 애국심이 불을 더 지폈구요...... 아마 월드컵의 광장문화가 한편으로는 여중생 촛불시위를, 다른 한편으로는 황우석 지지의 열망을 만들어낸 것처럼.
    그리고, 기술예찬론자들은 기술발전으로 자본축적이 이루어진 이후 한국사회에 돌아올 혜택을 신봉한 나머지 텍스트 비판에 집중하는 집단을 대세에 흠집내는 철없는 좌파로 치부해버린 것이 되구요. 한편으로는 온라인 언론사들의 명줄을 쥐고 있는 네버나 담 같은 포탈이 자신들의 수익을 위해 그 논란을 더 부추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지고보면 우리나라에서 블로거의 절대 다수는 포털의 틀 안에서 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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