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기사 http://www.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1999040170457
당시 광고 http://ehistory.korea.kr/pop/movie_pop3.jsp?clip_videodtl=56&videoSrcGBN=AL
심형래에게 헌사된 '신지식인'이라는 이름은 애초 '제2의 건국위원회'에서 수여했으나 이후 '행정자치부' 주관으로 바뀌었다. 행자부에서 만든 '신지식인데이터베이스'라는 사이트(http://sinjisik.net)에 그 의미가 나와있는데 그 정의는 다음과 같다.
쉽게 말하자면, 머릿속에 담겨 있는 지식(혹은 아이디어)을 현실화시켜 부가가치를 창출(돈을 벌 수 있도록)하는 사람이란 의미이다. 몇줄 되지 않지만, 정의의 처음부터 끝가지 관통되는 관념은 그것이 현실의 금전적 이득과 얼마나 연관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는 당시 IMF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벤처열풍이 휘몰아치던 현실과 대통령, 정부 각료, 언론 등에서 떠들어 대던 구절, "'쥬라기 공원'이라는 영화가 벌어들인 돈은 현대차를 몇 만대 수출한 것과 맞먹는다" 등등의 말들과도 연결된다. 그리고, 이 말은 당시 큰 인기를 얻었던 '피터 드러커'주의자들을 통해서 한창 '지식경영', '지식기반사회'가 새로운 산업발전의 화두가 되던 경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IMF 외환위기를 통해 개발독재의 유산인 집약된 '단순노동산업'이 사망선고를 받고 조그만 아이디어나 잘만든 사업계획서로 무한의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사회분위기도 일조했다. 거기에다 한국 특유의 '애국심' 중독증까지 가세했다.
당시 심형래가 관심을 끈 것은 한 사건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든 '용가리' 예고편을 가지고 칸 영화제에 가서 필름마켓에서 272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었다. 이 사실이 국내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김대중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고, 정부에서 부화뇌동하면서 단번에 스타가 되었다. 거기에다 애국심에 호소한 심형래의 언술과 그의 '고난'의 영화인생이 부각되면서 새로운 성공모델이 되었다. '영구'로 대표되던 코미디언, 그것도 몸개그를 하면서 '영구와 땡칠이'나 '티라노의 발톱'과 같은 어린이용 영화를 후배들의 무상출연과도 같은 출연료 지급으로 겨우 만들던 충무로의 이방인이 세계 영화계의 주류무대인 '칸'의 한 부분인 '필름마켓'에서 인정받고 덤으로 돈까지 벌어들인다는 소식은 당시 박찬호의 20승이나 박세리의 벙커 투혼과도 같은 시원한 소식이었다. 그 인기는 '용가리'의 개봉을 전후로 해서 더욱 올라갔다. 작품성에 대한 비판은 충신에 대한 모함과 비견될 엄청난 악행과도 같이 취급되었었다.(때문에 심형래가 황우석의 열렬한 지지자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추상적인 언급을 살펴보자.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 했던 말: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인 아니라, 세계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이 두 문장은 심형래를 둘러싼 모든 논란을 말해주기에 충분하다. 영화제작에 대한 열정과 작품에 대한 자신감, 그 비판에 대해서도 자신은 당당하다는 자신감, 그리고 자신은 애국자이지만 또한 세계인이라는 존재인식, 그러면서 비판자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반대 논리, 여기에 찬성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 결정하라는 뚝심, 비판자와 지지자들 모두에게 말하면서 동시에 자기 확신을 강화하는 심리, 외부인의 반응, 그 추이들 등등......
현재 영화 'D-WAR'를 둘러싼 토론, 혹은 전투는 작품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외피에 몰두하는 듯 하다. 평론가들, 기자들, 블로거들, 인터넷에 답글을 다는 사람들이 '작품'에 비판하면 반응은 즉각 '애국심'에 대한 호소를 바탕에 깔면서 '영웅'에 대한 옹호로 마무리가 된다. 비판자들의 출발점은 '영화'라는 '작품'인데 반응은 '영웅수호'라는 신화적인 가치라는 것이다. 심형래는 영화 엔딩에 '아리랑'을 틀고,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 그 상황을 말하면서 울먹였는데, 이는 위에 언급했던 자신의 말에 이율배반적인 행동이지만 '애국자-지지자'들은 거기에 개의치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심형래 감독에게 '영구아트무비'를 'SF전문회사'로 만들도록 추천하고 싶다. 특수효과의 대가라고 해서 감독들 보다 하위 직군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경제적 부가가치는 더 많아지고, 무역수지 개선에도 일조를 해서 진정한 애국자-영화인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앞서가는 주장인가?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다른 유능하고 아이디어 풍부한 영화인들을 후원하면 '문화컨텐츠'를 통한 부의 재창조라는 심형래의 이념에 표면적으로 상반되는 생각인가?(이 생각도 심형래를 영원히 '영화인-애국자'로 묶어두는 족쇄가 될 듯 한데......)

Posted by fran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