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오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모네 전시회에 갔다왔다.

'수련'연작 중의 한 작품으로 포스터를 만든 것과 '빛의 화가'라는 수식어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전시회는 수련연작을 중심으로 한 모네의 특별 기획 전시회라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 미술사에서 '수련' 연작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모네가 이 연작들을 만들면서 그의 인상주의 논리를 완성시켜 나갔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리스트와 그 과정은 세잔의 '생트 빅트와르'산 연작과 함께 중요한 실험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수련 연작은 지베르니에 있는 집 정원에 있는 수련을 그렸는데, 단일 소재를 가지고 빛과 인상, 이미지에 대한 그의 이론을 작품으로 현실화하는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그의 실험은 결국 이미지의 해체와 재구성이라는 과정을 이끌어 내며 이는 현대 미술로도 이어진다. 사실, 인상주의의 작품은 그 안에 이미 모더니즘의 씨앗을 품고 있었기에 현대 미술로의 연결은 자연스런 과정이었다.(피카소는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과 '플라맹고 댄서'를 좋아했었다고 한다)
소재: 지베르니 정원의 일본식 다리

뒤에 가면 이 다리는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부록, 프랑스 혁명 기념일을 그린 모네의 그림. 이 전시회와는 상관없다.

이 그림을 마네의 다음 그림과 비교하자면.

하지만, 이번 전시회는 여러모로 실망스러웠다.
우선 '빛의 화가'라는 수식어는 곧 인상주의와 연관되는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프로젝트의 중요한 출발점과 분기별 대표작이 대거 빠져있다는 점.
가장 중요한 실수는 '인상주의'라는 말을 만들어낸 '해뜨는 인상'을 리스트에서 빠뜨렸다는 사실.

그리고, '수련' 연작뿐만 아니라 '루앙'대성당 연작도 누락시켰다.



'루앙대성당' 연작은 햇빛의 변화에 따른 고정된 사물의 흔적을 따라가려했던 모네의 중요한 프로젝트였고 마네와 다른 모네만의 중요한 이념을 엿볼 수 있다.(위의 프랑스혁명 관련 그림 참조) 이 연작이 이번 전시회에서 빠져있다는 사실은 이 전시회가 급조되었거나, '수련'연작이라는 유명세에 휘둘렸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리고, 이번 전시회가 행한 가장 뼈아픈 실수는 관람객의 동선을 고려하지 않은채 공간이 비는 곳을 급하게 채워넣은채 구성했다는 점이다. 2층 첫번째 공간의 전시를 지나면 바로 보이는 곳은 이곳 미술관에서 상설전시되고 있는 '천경자'의 작품 전시실이다. 결국 관람객은 새로이 길을 찾아야하고, 그림이 확연히 다른 곳을 나와 다시 모네의 그림에 집중해야하는, 즉 눈을 버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요즘 다양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달력에 표시해보면 일년 365일중에 쉬는 날이 없을 듯 싶다.
그런데, 그 숫자만큼 전시회의 질을 기획자나 주최측에서 살리고 있는지 자문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Posted by franz

